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보낸 시간이 36년이나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가 한국에서의 시간이라면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한국과 독일을 오갔던 시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의 어린 학생들 틈에 끼어 들리지 않는 독일어로 전공 수업을 듣던 오랜 시간
학생기숙사에서 오래 친구처럼 지냈던 물리학도와 조촐한 혼인서약을 했던 시간
아이 둘을 낳고 키웠던 시간
나를 위해 기꺼이 한국행 파견근무를 지원했던 남편의 시간
유치원,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에 왔던 아이들은 졸업을 하고
이제는 모두 독일로 대학을 갔고 또 가려고 하는 지금의 시간에 와 있다.
어느 날 남편이 물었다.
“이젠 한국을 떠나도 되겠지?”
참 긴 시간을 걸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지역을 바꾸어 또 다른 시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시간 속에서 한국과 독일이라는 나라는 문화도, 가치관도, 사회성도 그 모든 것에서 동일성을 찾기는 힘든 나라들이었다.
독일에 있다가 한국에 오면 일주일 정도는 한국의 생동감 넘치는 리듬에 적응하느라 힘들었고
독일로 돌아가면 또 그 심심함에 적응하느라 힘든 시간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과 독일을 합친 후 반으로 딱 나누면 정답이 될 것 같다고...
한쪽은 빨리빨리의 속도와 경쟁과 능력을 보여야 해서 시간에 쫓기는 힘듦이 있고
다른 한쪽은 그냥 모든 것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린다고 투덜거리지 않고 잡지를 보면서 그냥 매냥 기다린다.
나는 그 심심함에 온몸이 근질거리다가 맥이 빠질 지경이 된다.

독일이라는 나라는 병원을 가야 할 때도 예약을 해야 한다. 당시에는 3주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버스나 택시를 타고 빨리 가서 일을 처리하지만 독일에서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자전거를 타고 가서 일을 본다.
감기가 심해 병원을 가면 한국에서는 주사를 맞고 항생제를 준다. 독일 의사들은 말한다. 약은 없다고 집에 가서 창문을 열어 두고
차를 많이 마시고 쉬라고...감기는 어차피 몇일 아프면 된다고...
큰아이를 병원에서 낳던 날, 16시간의 진통에 기진맥진한 내가 한 말은 “제발 제왕절개 해 주세요”였다.
독일 의사는 말했다 “다 열렸어요 조금만 힘내면 됩니다”
그리고 나는 기절을 해버렸다.
나는 다시 이런 사회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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