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국인등록증과 E-4 비자, 그리고 65세의 희망
독일로 돌아가기 전, 하나씩 정리해야 할 행정들이 있다.
집, 통장, 보험, 그리고 비자 그중에서도 생각보다 마음에 오래 남은 건 남편의 외국인등록증과 E-4 비자였다.
남편은 현재 E-4 비자를 가지고 있고 외국인등록증도 정상적으로 발급받아 사용 중이다.
비자 만료는 3월 말, 우리는 그보다 며칠 먼저 독일로 귀국할 계획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국인종합안내 1345에 전화를 걸었다.
“출국할 때 외국인등록증은 어떻게 하나요?”
답은 간단했다.
출국심사대에서 출입국 공무원에게 반납하시면 됩니다.
비자 만료일이 남아 있어도 한국을 떠나는 순간, 외국인등록증은 효력이 끝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계획이라는 게 늘 그렇듯 ‘지금은 괜찮지만,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갑자기 일이 생겨 비자 만료일까지 출국을 못 하게 되면?
이런 가정은 늘 불안하지만 그래서 미리 묻는 것이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늘 같은 말을 했다.
“부인이 한국인인데 왜 아직도 E-4 비자예요?”
“가족비자로 바꾸면 편하잖아요”
“아니면 영주권 신청하면 되죠”
말은 쉽다.
그래서 우리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직접 가서 물어봤다.
그날 받은 건 ‘가능합니다’라는 말보다 빼곡한 서류 목록이었다.
혼인관계 증명
소득 증명
주거 증명
그리고
부부가 함께 지내는 사진
서류를 들고 나오며 남편과 나는 서로 얼굴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국어 능력 증명이 필요하다는 말, 그 순간 남편의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황과 피로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얼굴...
며칠 뒤, 한국어 능력 증명에 대해 더 알아보던 나는 혼자 결론을 내렸다.
“이건 나도 통과하기 어렵겠다, 관두자”
그렇게 우리는 그 가능성을 조용히 접었다
사실 우리가 독일로 돌아가면 다시 한국에서 살 기회가 올까..그건 누구도 모른다.
남편이 한국어 시험을 위해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고 그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괜히 안쓰러웠다.
그런데 이번에 1345 안내원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65세 이상이 되면 한국어 능력 증명은 면제됩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아, 그래요?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네요"

그래서 우리의 결론은 이렇다.
이번 출국 때 남편의 외국인등록증은 출국심사대에서 반납한다
그리고 우리는 65세까지 독일에서 살다가
어쩌면, 맛있는 김치와 만두가 그리워질 즈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살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어 시험 없이 말이다.
인생은 늘
서류 한 장, 나이 한 줄로 갑자기 방향이 바뀐다.
그래서
지금은 떠나지만 완전히 닫힌 문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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